2024년 5월 29일, 대한민국 해군에게 잊을 수 없는 날로 기록될 듯합니다. 훈련을 위해 하늘로 날아오른 P-3C 대잠초계기가 경북 포항의 야산에 추락하며, 우리 해군의 중요한 전력, 특히 북한의 잠수함 위협에 대응하는 ‘눈’과 같은 존재를 잃을 위기에 놓였기 때문입니다. 사고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4명의 해군 장병이 탑승한 채 추락했다는 소식은 안타까움을 자아냅니다. 1995년 도입 이후 단 한 번도 추락 사고가 없었던 P-3C의 사고는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사고 소식을 접하며, 저는 한때 바다를 누비던 군함에서 근무했던 아버지의 이야기를 떠올렸습니다. 그분은 해군 초계기의 중요성을 입이 닳도록 강조하셨습니다. 잠수함은 은밀하게 적의 해상 교통로를 위협하는 ‘바다의 암살자’와 같아서, 이를 탐지하고 무력화하는 것은 국가 안보에 있어 매우 중요한 과제라는 것이었죠. P-3C는 바로 이러한 임무를 수행하는 핵심 전력이었습니다. 음파탐지 부표(소노부이)를 바다에 투하하여 잠수함의 위치를 파악하고, 필요시 어뢰를 투하하여 공격하는, 일종의 ‘잠수함 킬러’ 역할을 해냈습니다. 1995년 도입 이후, 북한의 잠수함 도발 위협에 대응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으니, 우리 해군에게 있어 P-3C는 단순히 ‘비행기’ 이상의 의미를 지녔을 것입니다.
이번 사고는 단순한 기체 결함이나 조종 미숙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노후화된 장비의 관리 부실, 훈련 과정에서의 안전 불감증, 혹은 예상치 못한 기상 악화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사고 조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는 것은, 유사한 사고의 재발을 막고 해군 항공 전력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또한, 사고로 인해 해군 대잠 작전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대체 전력의 확보 및 운용 방안도 시급히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현재 우리 해군이 운용하는 P-3C는 16대입니다. 이번 사고로 인해 가동 가능한 P-3C의 수가 줄어들면서, 유사시 대잠 작전에 투입할 수 있는 초계기 전력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다행히 우리 해군은 P-8A 포세이돈 6기를 도입하여 전력화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아직 실전 배치까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P-8A는 P-3C보다 향상된 성능을 가지고 있지만, 새로운 기종에 대한 숙련된 조종사 및 정비 인력 확보, 운영 체계 구축 등 추가적인 준비가 필요합니다. 해군의 대잠 작전 능력 유지를 위해서는, P-8A의 조속한 전력화와 함께, P-3C의 운용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사고 당시, P-3C는 훈련을 위해 포항 기지를 이륙했습니다. 훈련은 실전과 같은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지만, 훈련 중 발생한 사고는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냅니다. 훈련 과정에서의 안전 관리를 강화하고, 사고 발생 시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조종사 및 정비 인력에 대한 안전 교육을 강화하고, 사고 예방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훈련은 실제 전투 상황을 가상하여 진행되므로, 사고는 곧바로 실제 전투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고는 단순히 해군 항공 전력의 손실을 넘어, 우리 사회 전체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군사 기술의 발전은 국가 안보에 필수적이지만,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노력이 함께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 의미를 잃게 됩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이며, 군은 이러한 책무를 다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투명하고 객관적인 사고 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가 안보를 튼튼하게 하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또한, 이번 사고를 통해 우리 사회는 군사 기술 발전과 안전 간의 균형을 다시 한번 고민해야 합니다. 첨단 기술을 도입하고 운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안전을 위한 투자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노후 장비의 교체, 숙련된 인력 양성, 안전 관리 시스템 구축 등,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는 결코 낭비가 아닙니다. 오히려, 국가 안보를 튼튼하게 하고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가장 중요한 투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P-3C 추락 사고는 우리에게 많은 숙제를 남겼습니다. 하지만, 슬픔과 좌절에 휩싸여 있기보다는, 이 사건을 통해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더 안전하고 튼튼한 대한민국을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사고로 희생된 해군 장병들의 숭고한 헌신을 잊지 않고,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하늘에서, 그리고 바다에서, 대한민국을 지키는 모든 이들의 안전을 기원하며, 다시 한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해군 주력 대잠초계기 P-3C 추락 사고는 해군 전력 손실과 함께, 안전 관리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 철저한 사고 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가 안보를 강화해야 한다.
─ 군사 기술 발전과 안전 간의 균형을 이루고, 희생된 이들의 헌신을 기리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