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혜 작가의 ‘목숨 건 증언’, 붓 끝으로 피어난 춤과 고뇌의 도시

차가운 겨울, 앙상한 가지 위에 매달린 마지막 잎새처럼, 우리 시대의 예술가들은 고독한 질문을 던집니다. 과연 예술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김주혜 작가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자신의 삶과 작품을 통해 치열하게 증명하고 있습니다. 최근 신작 <밤새들의 도시> 출간을 기념하여 방한한 그녀는, ‘목숨을 걸고 증언할 수 있는 소설만 세상에 낸다’는 강렬한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이는 단순한 문학적 표현을 넘어, 예술가의 존재론적 책무를 되묻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이번 작품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배경으로, 한 무용수의 치열한 삶을 그립니다. 김 작가는 9살에 미국으로 이주한 한국계 미국인이지만, 스스로를 ‘한국인 작가’라고 칭하며 한국 문학의 정신을 잇고자 합니다. 김지하, 박노해와 같은 작가들을 보며 예술과 사회 운동을 병행하는 한국 문학인들의 모습을 본보기로 삼았다고 밝힌 그녀는, 문학이 단순한 미(美)를 넘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을 제시한다고 믿습니다. 이는 마치 고요한 호수 같아 보이는 예술 작품 속에, 격렬한 생의 파도가 숨겨져 있음을 암시하는 듯합니다.

그녀의 소설은 영어로 쓰여졌지만, 한국어판은 역자가 영어판을 번역하고 작가가 감수하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집니다. 한국어의 섬세한 표현력, 특히 의성어와 의태어를 통해 촉감을 살리고자 노력했다는 그녀의 말에서, 작품에 대한 깊은 애정과 언어에 대한 섬세한 감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어릴 적부터 발레를 배우고 미술사학을 전공했으며 클래식 음악에도 조예가 깊은 그녀에게 문학은, 음악을 글로 옮겨 놓은 것과 같습니다. 모차르트의 음악처럼, 사랑의 고결함과 타락함, 그 양면성을 탐구하는 것이죠. 작품 속에서 춤은, 억압된 현실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듯합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비극적인 현실 한가운데에서 러시아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출간하는 것은, 어쩌면 위험한 도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김 작가는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소설을 쓰지 못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검열은 어느 쪽에서 하든 민주적이지 않다는 그녀의 신념은, 예술가의 자유와 책임을 강조합니다. 그녀에게 예술은, 전쟁과 양극화의 시대에 더욱 절실한 것이기에, 사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아름다움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마치 어둠 속에서 빛을 찾아 묵묵히 춤을 추는 무용수처럼, 그녀는 예술을 통해 시대의 아픔을 증언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옹호합니다.

그녀의 작품은, 단순히 문학 작품으로만 읽히지 않습니다. 그것은 삶의 증언이며, 시대의 기록입니다. 그녀는 소설을 통해 우리에게 묻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그녀의 작품 속에, 그리고 우리 각자의 삶 속에, 숨겨져 있을지도 모릅니다.

김주혜 작가의 작품은,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그녀의 이야기는, 멈추지 않는 질문과 끊임없는 탐구를 통해, 인간의 본질을 드러냅니다.
그녀의 작품은, 단순한 이야기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삶의 의미를 묻고, 예술의 가치를 되새기게 합니다.
결국 그녀의 소설은, 어둠 속에서 빛을 찾아가는 인간의 숭고한 여정을 담아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