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두 얼굴: 게임 한류 위기 속, 넥슨 개발자들의 선택

어쩌면, 게임 업계에도 ‘AI 쇼크’가 찾아올지도 모릅니다.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NDC)에서 쏟아진 이야기들은, 흥미로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묵직한 질문들을 던져줍니다. ‘게임 한류,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위기론과 함께, AI 기술을 게임 개발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교차하는 풍경입니다. 마치 격랑 속에서 길을 찾는 탐험가들처럼, 넥슨 개발자들은 AI라는 새로운 도구를 들고 게임의 미래를 탐색하고 있습니다.

먼저, ‘게임 한류의 끝물’을 이야기하는 박용현 넥슨코리아 개발부사장의 날카로운 지적은, 현재 게임 업계가 직면한 현실을 냉정하게 보여줍니다. 트리플 A급 게임 개발비가 1조 원을 넘어서고, 2000만 장 이상을 팔아야 겨우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다는 현실은, 넥슨을 비롯한 국내 대형 게임사들에게 새로운 생존 전략을 요구합니다. AI는 이러한 위기를 타개할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요?

NDC에서 공개된 넥슨 개발자들의 AI 활용 사례는, AI가 게임 개발의 ‘만능 열쇠’가 아님을 보여줍니다. 최가운 메이플스토리 월드 선임 연구원은, 범용 AI 이미지 생성 모델이 특정 스타일과 캐릭터를 완벽하게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지적합니다. 예를 들어, AI에게 최 선임연구원의 딸 사진을 기반으로 메이플스토리 캐릭터 스타일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을 때, 엉뚱한 결과물이 나오는 식이지요. 이는 AI 기술이 아직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넥슨 개발자들은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최 선임연구원은 IP-어댑터, 컨트롤넷, 로라(LoRA)와 같은 보조 기술을 활용하여 AI 모델을 개인화하는 방식을 제시합니다. 이러한 맞춤형 접근 방식을 통해, AI는 게임 개발 과정에서 더욱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물론, 데이터 수집, 모델 학습, 워크플로우 설계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한계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기술 변화의 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체계를 구축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어려움도 토로했습니다.

렐루게임즈의 한 프로듀서는 AI를 활용한 게임 개발에서 ‘재미’를 찾는 과정의 어려움을 이야기합니다. AI가 만들어내는 결과는 신기하지만, 그것이 곧 재미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죠. AI는 어디까지나 ‘도구’일 뿐, 게임의 본질인 ‘재미’를 만들어내는 것은 결국 게임 디자이너의 몫입니다. 렐루게임즈는 음성인식을 활용한 게임 ‘마법소녀 카와이 러블리 즈큥도큥 바큥도큥 루루핑’을 통해, AI 기술을 어떻게 재미와 연결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사용자의 목소리로 주문을 외우는 마법소녀의 모습은, AI 기술이 게임에 새로운 몰입감을 더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또 다른 사례인 ‘언 커버 더 스모킹 건’은, AI를 통해 NPC(Non-Player Character)와의 상호작용을 극대화한 게임입니다. 사용자는 탐정 역할을 수행하며, 게임 속 NPC와의 대화를 통해 사건의 단서를 찾아 나갑니다. AI는 때로는 ‘할루시네이션’을 활용하여, NPC가 사건과 관련 없는 질문에도 그럴듯한 답변을 내놓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게임에 더욱 몰입하고, 자연스럽게 궁금증을 느끼게 됩니다. 결국, AI 시대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콘셉트’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오진욱 넥슨 인텔리전스랩스그룹 AI R&D실 게임벨류에이션팀장은, AI를 활용해 게임의 흥행 가능성을 예측하는 시스템을 소개합니다. 넥슨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 게임 제작 및 투자 판단에 활용할 수 있는, 이른바 ‘게임판 머니볼’을 꿈꾸는 것이죠. 하지만, 넥슨의 AI 모델은 아직 마케팅과 같은 외부 변수를 완벽하게 예측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합니다. 결국, AI는 보조적인 역할을 할 뿐, 게임 개발의 모든 것을 예측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한편, 넥슨은 게임 IP를 오프라인으로 확장하는 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넥슨컴퓨터박물관에 오픈한 ‘카페 메이플스토리’는, 팬데믹 이후 변화된 소비자 트렌드를 반영한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카페 메이플스토리는 단순한 카페를 넘어, IP를 경험하고 팬덤을 형성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넥슨은 제주라는 지역적 특성을 활용하여, 게임 이용자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상설 카페’를 선택했습니다. 카페 내 캐릭터 ‘핑크빈’의 디테일한 구현, 굿즈 판매, 다양한 이벤트 개최 등을 통해, 방문객들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는 긍정적이었습니다. 카페 방문객의 객단가가 증가하고, 넥슨컴퓨터박물관의 해외 방문객 비율이 높아졌습니다. 또한, 카페 오픈 이후 성인 관람객의 비율이 증가하고, 넥슨 게임을 즐기는 방문객의 비율도 크게 늘었습니다. 넥슨은 게임 IP를 오프라인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여러 번 접하면서 익숙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북한의 관광지 개발 소식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가 1년 반 만에 공식 석상에 등장하여,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 준공식에 참석했습니다. 북한은 관광산업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고, 대외 관계의 변화를 모색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남북 관계가 개선된다면, 게임 업계에도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결국, 넥슨 개발자들의 이야기는, AI 기술이 게임 업계에 가져올 변화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AI는 게임 개발 과정에서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지만, AI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는 없습니다. 게임의 본질인 ‘재미’는 여전히 인간의 창의력과 노력을 통해 만들어져야 합니다. 넥슨의 행보는, AI 시대를 맞이하여 게임 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동시에,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게임 개발자들의 고군분투를 보여주는 듯합니다.

─ 게임 한류 위기 속에서 넥슨은 AI를 활용한 혁신과 오프라인 IP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 AI는 게임 개발의 보조 도구일 뿐, 재미는 인간의 창의력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 북한 관광 개발과 남북 관계 변화가 게임 업계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