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은 코스트코를 꿈꾼다… 한국인의 ‘약 사랑’, 무엇이 문제일까?

형광색 조끼를 입은 주차 안내 요원의 우렁찬 외침이 귓가를 때립니다. 2025년 6월의 어느 주말, 경기도 성남의 한 주택가 이면도로 풍경입니다. 10여 대의 차량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서 있고, 주차 요원들은 능숙하게 차량을 정리하며 다음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합니다. 마치 인기 있는 맛집 앞 풍경을 연상케 하지만, 이곳은 다름 아닌 ‘창고형 약국’입니다. 거대한 규모의 약국 안으로 들어서면, 마치 코스트코나 이케아를 연상시키는 풍경이 펼쳐집니다. 넓은 공간에 빼곡히 진열된 수많은 의약품들, 그리고 카트를 가득 채운 채 약을 고르는 사람들. 그야말로 ‘약(藥) 쇼핑’의 열기가 뜨겁습니다.

‘약국계의 코스트코’를 표방하며 등장한 창고형 약국은 한국인의 ‘약 사랑’을 제대로 파고들었습니다. 동네 약국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 다양한 종류의 의약품 구비, 그리고 직접 제품을 비교하며 고르는 재미까지.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을 마냥 긍정적으로만 바라볼 수 있을까요? 창고형 약국의 등장은 단순히 편리함만을 가져다주는 걸까요, 아니면 그 이면에 숨겨진 위험은 없는 걸까요?

우선, 한국인의 ‘약 사랑’은 유별나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감기 기운이 조금이라도 느껴지면 약부터 찾는 문화, 해외여행 시 필수적으로 챙겨야 하는 ‘약국 쇼핑 리스트’, 그리고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높은 관심까지. 한국인들은 일상생활에서 ‘약’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건강을 챙기기 위한 간편한 선택일 수도 있고,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제한적인 지역에서 자가 치료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TV 홈쇼핑이나 온라인 광고를 통해 쏟아지는 건강 관련 정보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을 것입니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새로운 영양제, 건강기능식품 광고는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고, 자연스럽게 ‘약’에 대한 관심과 소비로 이어지는 것이죠.

창고형 약국은 이러한 한국인의 ‘약 사랑’을 적극적으로 공략합니다. 넉넉한 공간에 다양한 종류의 의약품을 구비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경쟁력을 확보합니다. 소비자는 마치 대형 마트에서 물건을 고르듯, 자유롭게 약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약사와의 상담을 통해 복약 지도를 받을 수도 있지만, 스스로 정보를 습득하고 판단하는 ‘능동적인 소비자’에게는 매력적인 선택지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창고형 약국의 등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대한약사회는 창고형 약국의 운영 방식이 의약품의 본질을 훼손하고, 약사의 전문성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비판합니다. 의약품은 단순히 쇼핑 상품이 아니라,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과도한 약물 구매는 자칫 오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창고형 약국의 등장으로 인해, 기존 약국들은 또 다른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창고형 약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존 약국들은 차별화된 전략을 모색해야 합니다. 전문적인 복약 상담 서비스 강화, 맞춤형 건강 관리 프로그램 개발, 그리고 온라인 판매 채널 구축 등.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발맞춰 끊임없이 혁신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 것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히 약국 업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한국인의 ‘약 사랑’은 해외에서도 이어집니다. 해외여행 시, 각국의 약국에서 판매하는 제품들을 구매하는 것은 이미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태국에서는 탈모약을, 베트남에서는 특정 연고를, 유럽에서는 치약이나 유산균 등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인들이 ‘약’에 대해 얼마나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만큼 건강에 대한 염려가 크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물론, ‘약’은 우리 건강을 지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그렇듯 과유불급입니다. 지나친 약물 복용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으며, 불필요한 약물 구매는 경제적인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약’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현명한 소비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의약품은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적절한 용법으로 복용해야 합니다. 또한,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맹목적인 맹신보다는, 균형 잡힌 식단과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창고형 약국의 등장은, 우리 사회에 ‘약’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져줍니다. 과연, 우리는 ‘약’을 얼마나 알고 있으며, 어떻게 소비하고 있는가? 건강을 위한 올바른 선택은 무엇이며, 우리는 무엇을 더 경계해야 하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 우리는 더욱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건강은 단순히 약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 창고형 약국의 등장은 한국인의 ‘약’ 소비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 과도한 약물 구매와 오남용은 국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 건강을 위해서는 약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현명한 소비 습관, 그리고 균형 잡힌 생활 습관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