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열도가 술렁이고 있습니다. 마치 오래된 영화의 한 장면처럼, 현실과 허구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듯한 불안감이 감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중심에는 한 편의 만화가 있습니다. ‘내가 본 미래’라는 제목의 이 만화는 7월 5일 새벽 4시, 일본에 거대한 지진이 닥칠 것이라고 예언했습니다. 이 만화의 등장은, 최근 일본에서 잦아진 지진 발생과 맞물려 공포심을 극대화시키고 있습니다. 마치 오래된 시계의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현실과 예언이 기묘하게 얽혀 돌아가는 형국입니다.
지난 6월 22일부터 시작된 일련의 지진들은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켰습니다. 규모 1 이상의 지진이 900회 가까이 발생했고, 7월 2일에는 규슈 인근 해역에서 규모 5.5의 지진이 관측되었습니다. 물론, 일본은 지진에 익숙한 나라입니다. 환태평양 조산대에 위치해 있어 연간 1,500건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니까요. 하지만, 잦은 지진의 발생은 일본 열도 주민들의 마음을 불안하게 흔들고 있습니다. 특히, 만화 속 예언이 현실과 겹쳐 보이면서, 그 불안감은 단순한 자연재해에 대한 공포를 넘어선, 종교적, 심리적인 불안으로까지 번져나가는 모습입니다.
만화의 예언은 과학적 근거가 없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본에 대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합니다. 그 이유는 바로 ‘난카이 해구’ 때문입니다. 난카이 해구는 도쿄 앞바다부터 규슈 앞바다까지 이어진 700km에 달하는 거대한 단층입니다. 이 해구에서는 필리핀판이 유라시아판 아래로 매년 5cm씩 섭입합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마찰은 지진의 원인이 되며, 오랜 시간 동안 에너지가 축적되면 결국 대규모 지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난카이 해구에서 지진이 일어날 시기가 임박했다고 말합니다. 그는 “오늘 일어나지 않는다면 운이 좋은 것”이라고 말하며, 언제든지 대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난카이 해구에서는 약 100년을 주기로 대지진이 발생하는데, 1946년에 한 차례 발생했으니, 그 주기를 고려하면 지금이라도 대지진이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축적된 에너지는 언젠가는 방출되어야만 합니다. 작은 지진으로 에너지가 분산되는 것이 아니라, 결국에는 대규모 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700km에 달하는 난카이 해구 중에서도 특히 위험한 지역은 단층의 양 끝, 즉 규슈 앞바다와 도쿄 앞바다입니다. 1946년 난카이 대지진이 해구 중앙부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아직 에너지 축적이 많이 남아있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입니다. 홍 교수는 “대지진이 늦어질수록 지진은 더욱 강력해질 것”이라고 경고하며, 철저한 대비를 강조했습니다.
최근 일본에서 잦아진 지진은, 대지진의 위험을 더욱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작은 지진들이 판을 약하게 만들고, 쪼개기 쉬운 상태로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 오랜 시간 균열이 생긴 댐이 작은 충격에도 무너질 수 있는 것처럼, 연이은 지진은 거대한 재앙의 전조가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전문가들이 7월 5일에 대지진이 발생할 것이라고 확신하는 것은 아닙니다. 송석구 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은 “오래전부터 난카이 해구는 위험 지역이었지만, 그게 하필 지금 터질 거라고 볼 근거는 없다”고 말합니다. 그는 지진을 단기적으로 예측하는 기술은 현재 없으며, 최근 발생하는 지진들이 대지진의 전조인지도 사후적으로 분석할 수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30년 전에도 난카이 대지진 가능성이 제기되었지만, 실제로 발생하지 않았던 사례를 보면, 지진 예측의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한편, 일본 남부 가고시마현의 도카라 열도에서는 2주간 900회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여 주민들이 극심한 불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2021년 12월과 2023년 9월에도 300회 이상의 지진이 발생한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빈도가 잦은 경우는 드물다고 합니다. 한 주민은 “잠드는 것도 무서울 정도”라며, “항상 지면이 흔들리는 느낌”이라고 호소했습니다. 지진의 공포는 단순히 자연재해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 일상생활을 마비시키는 심리적 불안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도카라 열도 주민들은 지진으로 인한 수면 부족과 피로를 호소하며, 과도한 취재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일부 숙박업소는 관광객 예약을 중단했고, 주민들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대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일본 전역에 퍼진 ‘대지진설’과 맞물려 주민들의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만화 속 예언은 단순한 허구가 아니라, 현실의 공포를 더욱 극대화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결국, 일본 열도를 둘러싼 지진에 대한 공포는 단순한 자연재해에 대한 불안을 넘어, 인간의 심리적 취약성을 드러내는 거울과 같습니다. 만화 속 예언은 현실과 묘하게 겹쳐지며, 예측 불가능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증폭시킵니다. 전문가들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위험성을 경고하지만, 동시에 예측의 어려움을 인정합니다. 우리는 지금, 과학과 미신, 현실과 허구 사이에서, 불안과 희망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을 느끼고 있습니다. 과연 7월 5일, 일본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아니, 어쩌면 중요한 것은 그 날짜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대비하느냐일지도 모릅니다.
─ 일본 열도에서 잦은 지진 발생과 만화 속 예언이 맞물려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 전문가들은 난카이 해구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철저한 대비를 강조한다.
─ 지진에 대한 공포는 자연재해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 인간의 심리적 취약성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