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장미의 기억을 잃고 잿빛 그림자에 갇히다: 민주주의의 붕괴와 러시아, 중국, 이란의 그림자

2003년, 조지아에는 희망의 장미가 만개했습니다. 부정부패와 권위주의에 짓눌린 시민들은 장미를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와 ‘장미 혁명’을 일으켰습니다. 오랜 세월 억압받던 자유에 대한 갈망은 조지아를 변화시킬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장미는 시들었고, 조지아는 다시금 어두운 그림자에 갇히는 듯합니다. CNN을 비롯한 외신들은 조지아가 민주주의의 가치를 잃어가고 있으며, 러시아, 중국, 이란 등 권위주의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조지아의 현재 상황은 씁쓸함을 자아냅니다. 한때 구소련 국가 중 가장 개방적인 국가로 평가받았던 조지아는 이제 야당 탄압, 언론의 자유 억압, 외국 정보기구 규제 법안 통과 등 과거 권위주의 시대로의 회귀를 연상시키는 조치들을 연이어 취하고 있습니다. 마치 오랜 잠에서 깨어난 권위주의가 다시금 조지아를 옭아매는 듯한 인상입니다. 조지아의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다는 CNN의 지적은 단순한 비판을 넘어, 안타까운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상황은 더욱 심각합니다. 조지아의 집권당 ‘조지아의 꿈’은 서방과의 관계를 뒤로하고, 러시아, 중국, 이란과 손을 잡고 있습니다. 흑해 심해항 개발권을 미국·유럽 컨소시엄에서 철회하고, 미국의 제재 대상인 중국 기업과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란과는 석유 무역을 확대하고 고위급 교류를 통해 관계를 돈독히 하고 있습니다. 외신들은 이란 사업가들이 조지아를 국제 제재 회피를 위한 통로로 이용하고 있으며, 조지아에 등록된 일부 기업이 이란 국방부와 직접 연계되어 있다고 보도합니다. 조지아는 러시아에 국토의 20%를 빼앗긴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영향력을 내부 정치에 적극 활용하는 모습은 아이러니를 넘어 비극적으로 다가옵니다.

정치적 탄압 또한 노골적으로 자행되고 있습니다. 야권의 기오르기 가카리아 전 총리는 반역 혐의로 기소되어 해외로 망명했고, 인권 단체들은 현재 약 60명의 정치범이 수감되어 있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수도 트빌리시 곳곳에는 중국산 얼굴 인식 카메라가 설치되어 시위를 감시하고 있으며, 시위 참가자에게는 거액의 벌금이 부과됩니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용납될 수 없는 행위이며, 조지아의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됩니다.

유럽연합(EU)은 조지아가 민주주의 원칙에서 벗어나는 것을 멈추지 않으면 비자 제도를 복구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EU 외교정책 책임자인 카야 칼라스는 조지아 집권당이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EU는 2017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비자 자유화를 중단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EU 가입을 열망하는 조지아 국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줄 수 있습니다. 비자 제한 조치는 지도자들에게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조지아 국민에게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물론 조지아 국민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여전히 많은 조지아인들이 유럽연합 및 NATO 가입을 지지하며, 헌법에도 유럽 통합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집권당은 EU 가입 절차를 잠정 중단하는 등, 국민들의 열망과는 배치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괴리는 조지아 사회 내부에 깊은 갈등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80%의 국민이 유럽 통합을 지지한다는 사실은 조지아의 미래가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오는 10월 지방선거는 조지아 민주주의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입니다. 야당은 선거 참여 여부를 두고 고심하고 있습니다. 야권 인사들은 이 선거가 독재로의 전락을 막을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선거 결과에 따라 조지아의 미래는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조지아는 더욱 깊은 어둠 속으로 빠져들 수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 의회는 조지아 민주주의 붕괴에 대응하기 위해 ‘메고바리법’을 발의했습니다. 이 법은 선거 조작, 반대파 탄압 등 권위주의 행보에 연루된 조지아 정부 관계자에게 비자 제한과 자산 동결 등의 제재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유럽 의회 역시 조지아의 법치주의 후퇴와 집권당의 친러시아 행보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실질적인 압박은 아직 미미한 수준입니다. 조지아는 러시아에 국토를 빼앗긴 피해국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서방 국가들이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조지아의 꿈은 다시 한번 좌절될지도 모릅니다. 2003년 장미 혁명 이후 친서방 노선을 걸으며 경제 성장을 이뤘지만, 부정부패와 친서방 정책의 한계로 인해 좌절을 맛보았습니다. 현재의 상황은 마치 역사의 수레바퀴가 다시금 조지아를 짓누르는 듯한 모습입니다. 푸틴 대통령의 강력한 러시아 부활 야심과 조지아 내 권위주의 세력의 결합은 조지아의 민주주의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조지아는 지금 중요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10월 지방선거에서 조지아 국민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결정할 기회를 맞이할 것입니다. 과연 조지아는 다시 한번 장미를 피워낼 수 있을까요? 아니면, 잿빛 그림자 속에서 영원히 갇히게 될까요? 조지아의 앞날은 아직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조지아 국민들의 용기와 열망이 있다면, 잿빛 그림자를 걷어내고 다시금 희망의 빛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역사는 조지아 국민들의 선택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 조지아는 민주주의 퇴보, 권위주의 회귀, 비서방 세력과의 연대를 통해 20년 전 장미 혁명의 정신을 잃어가고 있다.
─ 서방의 제재와 압박은 미미하며, 10월 지방선거가 조지아 민주주의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다.
─ 조지아 국민의 유럽 통합에 대한 열망과, 러시아, 중국, 이란의 영향력 확대를 둘러싼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