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판의 세계화, 한국 댄스, 그리고 ‘스우파’가 던진 질문들

최근 막을 내린 엠넷의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스우파3’)는 단순한 오락 프로그램을 넘어, 한국 문화 콘텐츠의 세계화와 관련된 흥미로운 질문들을 던져주었습니다. 결승전에 한국 대표팀이 오르지 못했다는 사실은, 어쩌면 한국 예능의 새로운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될지도 모릅니다. 봉준호 감독의 “오스카는 로컬” 발언처럼, 한국적인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이번 ‘스우파3’를 통해, 우리는 그 답을 찾기 위한 여정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스우파’는 한국 댄스 씬을 뜨겁게 달군 프로그램입니다. 이전 시즌들과 마찬가지로, 이번 시즌 역시 ‘약자 지목 배틀’, ‘계급 미션’ 등 익숙한 포맷을 따랐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무대가 글로벌로 확장되면서, 더욱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했습니다. 특히, 한국을 대표하는 댄서들이 해외 댄서들과 경쟁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과 응원을 이끌어냈습니다.
‘스우파3’는 단순히 춤 실력을 겨루는 경쟁을 넘어, 각 팀의 독특한 개성과 문화를 보여주는 무대였습니다. 일본, 미국, 뉴질랜드, 호주 등 다양한 국가의 댄스 크루들이 참여하여, 각자의 춤 스타일과 문화를 선보였습니다. 특히, 일본의 댄서 쿄카는 강렬한 외모와는 상반되는 귀여운 매력으로, ‘쿄카인’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습니다. 이처럼, ‘스우파3’는 국적을 초월하여 댄서들의 개성과 실력을 조명하며, 춤이라는 보편적인 언어를 통해 소통하는 장을 마련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 시즌에서 한국 대표팀이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는 사실입니다. 지금까지 한국 영상 콘텐츠의 세계화는 주로 한국 출연자가 만들어낸 콘텐츠를 해외에 유통하는 방식에 집중해 왔습니다. 넷플릭스와 같은 OTT 플랫폼을 통해 한국 드라마, 영화, 예능 프로그램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는 것이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콘텐츠의 유통에 성공한 것이지, 문화적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진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스우파3’는 이러한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글로벌 인재들이 한국 무대로 역(逆)유입되는 구조를 실험했습니다. 한국이 단순한 콘텐츠 수출국을 넘어, 문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시도는, 단순히 한국 콘텐츠를 해외에 판매하는 것을 넘어, 글로벌 인재들과의 교류를 통해 한국 문화 콘텐츠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나아가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한국 대표팀의 조기 탈락은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한국 예능에서 한국인이 모두 탈락할 수 있다는 것은, 앞으로 더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스우파3’를 통해, 우리는 한국 문화 콘텐츠가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글로벌 관객들에게 다가가야 하는지를 고민해 볼 수 있었습니다.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를 통해 국내 요식 업계가 세계적 주목을 받자, 종영했던 요리 예능 ‘냉장고를 부탁해’가 부활해 해외 유명 요리사들이 국내 예능에 깜짝 출연하는 일도 생겼듯이 말이죠. 플랫폼으로서 한국 문화 콘텐츠가 더디지만 계속 확장되어 가는 셈입니다.

‘스우파3’는 단순히 춤 경연 프로그램이 아니라, 한국 문화 콘텐츠의 세계화를 위한 실험적인 무대였습니다. 한국 댄서들이 해외 댄서들과 경쟁하고, 서로의 문화를 교류하는 과정은, 한국 문화 콘텐츠가 글로벌 무대에서 성공하기 위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스우파3’를 통해 우리는, 한국적인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방법, 그리고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며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

‘스우파3’는 또한, 댄서들의 팬덤을 형성하고, 그들의 열정과 노력을 응원하는 문화를 만들어냈습니다. 쿄카를 향한 뜨거운 응원, 범접의 ‘메가크루’ 영상의 높은 조회수 등은, 댄서들이 단순히 경쟁의 대상이 아니라, 팬들과 함께 성장하는 존재임을 보여줍니다. 이는, 긍정적인 문화 콘텐츠 생태계를 조성하고, 댄서들의 지속적인 활동을 지원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쿄카는 “이 프로그램에서 얻은 건 미도리즈(팬덤명)라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미도리즈 없이는 여기에 설 수 없었다. 우리와 미도리즈가 달려온 챔피언 로드를 최고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댄서와 팬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긍정적인 문화는, ‘스우파3’가 우리에게 남긴 소중한 유산입니다.

‘스우파3’는 여러모로 아쉬움도 남겼습니다. 기존 시즌의 포맷을 답습하면서 식상하다는 비판도 있었고, ‘악마의 편집’과 과도한 리액션 편집 또한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스우파3’는 글로벌 무대로의 확장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국가 대항전 형식은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발했고, 새로운 스타 댄서들의 등장은 프로그램의 화제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습니다. 범접의 ‘몽경(夢境)―꿈의 경계에서’ 영상은 굿판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퍼포먼스로, 1500만 뷰를 돌파하며 ‘스우파3’의 흥행을 이끌었습니다. 이처럼, ‘스우파3’는 스케일을 키워 단점을 상쇄하고,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냈습니다.

‘스우파3’는 단순히 춤 경연 프로그램을 넘어, 한국 문화 콘텐츠의 현재와 미래를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창이었습니다. 한국 댄스 씬의 성장, 댄서들의 열정, 팬들의 응원, 그리고 한국 문화 콘텐츠의 세계화라는 과제는, 앞으로 우리가 풀어가야 할 숙제입니다. ‘스우파3’는 우리에게 “과연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세계 무대에 설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주었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한국 문화 콘텐츠의 미래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 것입니다. 결승전에서 ‘에이지 스쿼드’ ‘모티브’ ‘오사카 오죠 갱’ 세 팀이 우승을 다투는 모습은 ‘스우파’가 우리에게 남긴 또 하나의 인상적인 장면입니다.

─ ‘스우파3’는 한국 댄스 씬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하며, 한국 문화 콘텐츠의 세계화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 글로벌 무대에서의 경쟁, 팬덤 문화의 형성, 그리고 새로운 시도들은 긍정적인 문화 콘텐츠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기여했다.
─ ‘스우파3’는 한국 문화 콘텐츠가 세계 무대에서 성공하기 위한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며,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