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계절이 돌아오면, 우리는 마치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탐험가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출구조사 결과를 기다립니다. 과연 이번에는 누가 승리할까, 어떤 변수가 결과를 뒤바꿀까, 수많은 궁금증이 머릿속을 맴돌죠. 그런데, 마치 예언자처럼, 미리 선거 결과를 짐작할 수 있는 지역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미국에는 ‘벨웨더 카운티’라는 곳이 있습니다. 대통령 선거의 결과를 족집게처럼 맞혀왔다는 데서 붙은 별명인데요. 1980년부터 2016년까지 19개 카운티가 매번 대통령 선거 결과와 일치하는 투표 양상을 보이면서 ‘벨웨더’의 명성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벨웨더’라는 이름이 붙는다고 해서 맹신할 수는 없습니다. 2020년에는 19개 중 워싱턴주 클랠럼 카운티만이 조 바이든을 선택하면서, 그 명성이 흔들리기도 했습니다. 2024년에는 클랠럼 카운티마저 빗나가면서 벨웨더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 보였습니다. 한국에도 이런 ‘벨웨더’ 역할을 하는 지역이 있을까요? 경향신문 데이터저널리즘팀 다이브의 분석에 따르면, 19대와 20대 대선에서 전국 득표율과 가장 근접한 양상을 보인 지역은 놀랍게도 수도권과 충청 지역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경기 하남시는 19대 대선에서 99.917%의 유사도로 1위를 차지했고, 20대 대선에서는 99.976%로 8위를 기록했습니다. 서울 동대문구 역시 두 번의 선거에서 모두 10위권 안에 들었죠. 두 번의 대선 모두에서 높은 유사도를 보인 지역은 경기 수원시, 인천, 충북 청주시 등이었습니다. 읍면동 단위로 좁혀보면, 20대 대선에서는 경기 의왕시 고천동, 서울 구로구 개봉1동, 경기 수원시 인계동 등이, 19대 대선에서는 경기 남양주시 와부읍, 서울 성동구 성수2가3동, 서울 송파구 거여2동 등이 높은 유사도를 보였습니다. 이러한 데이터는 단순히 흥미로운 통계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바로, 다가오는 선거의 결과를 예측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는 것이죠.
선거철만 되면 여론조사 결과는 늘 뜨거운 감자입니다. 과연 여론조사 결과는 실제 투표 결과와 얼마나 맞아떨어질까요? 물론, 정확한 수치가 일치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16대 이후 대선에서 후보 등록 시점과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 직전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의 승자가 최종 승자가 된다는 ‘공식’은 꽤나 높은 적중률을 보였습니다. 20대 대선을 예로 들어볼까요? 후보 등록 시점이었던 2022년 2월 17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후보가 41%, 이재명 후보가 34%, 안철수 후보가 11%의 지지율을 기록했습니다. 공표금지 기간 직전의 여론조사에서도 윤 후보의 우세가 확인되었고, 최종 투표 결과 역시 윤 후보의 승리로 이어졌습니다.
이번 대선에서도 이 ‘공식’이 통할지,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현재, 후보 등록 시점과 공표금지 기간 직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후보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데요. 과거의 데이터가 보여주는 것처럼, 이 흐름이 최종 결과로 이어질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더불어, 진보정당 후보들의 득표율 변화가 민주당 계열 후보의 당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역대 선거 데이터를 살펴보면, 진보정당 후보의 득표율이 높아질 때 민주당 계열 후보 역시 함께 승리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물론, 선거 결과를 예측하는 데 있어 여론조사 결과만 맹신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선거는 여러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복잡한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투표율, 지역별 지지세, 후보들의 유세 전략, 사회적 이슈 등 다양한 요소들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이번 대선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치러지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도 예측하기 어려운 양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가장 중요하게 지켜봐야 할 지역은 어디일까요? 전문가들은 충청권과 수도권, 호남, 그리고 TK(대구·경북) 지역의 판세와 투표율을 핵심 변수로 꼽습니다. 역대 선거에서 민심의 풍향계 역할을 해온 충청권은 이번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도 성향 유권자가 많아 막판 이슈와 투표율에 따라 판세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수도권은 전체 유권자의 절반이 밀집되어 있어, 투표율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호남은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으로,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이 90%를 넘길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반면, 보수의 본산인 TK 지역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엇갈린 반응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PK(부산·울산·경남) 지역은 젊은 층의 표심이 유동적이어서, 민주당이 막판 반전을 노릴 수도 있습니다. 강원 지역은 보수세가 강하지만, 민주당 이 후보가 지지세를 넓혀갈 수 있을지도 주목할 만합니다. 제주에서는 이재명 후보의 강세가 예상됩니다.
이번 대선의 승패는 결국 ‘어느 후보의 지지자가 더 많이 투표장에 가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무리 높은 지지율을 얻더라도, 실제 투표율이 낮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각 정당이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은 투표율과 지역별 결집도에 따라 크게 출렁일 수 있다”며 “지역별 판세와 투표율이 대선 결과를 가를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강조합니다.
온라인 세상의 여론, 즉 ‘검색량’과 득표율의 상관관계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입니다. 2007년 대선,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2016년 미국 대선 등에서 구글 검색결과 수와 실제 득표율이 거의 일치했기 때문입니다. 2007년 대선 당시, 후보별 구글 검색결과 수와 실제 득표수가 피어슨 상관계수 0.988을 기록할 정도였죠.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날, 박원순 후보의 구글 검색량이 54%, 나경원 후보가 46%였고, 실제 득표율도 53.4% 대 46.2%로 거의 일치했습니다. 2016년 미국 대선 전날 구글 검색량 비율(트럼프 54%, 힐러리 46%)과 실제 득표율(트럼프 56%, 힐러리 44%)도 유사했습니다. “구글은 선거도 예측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특히, 인천은 13대 대선부터 20대 대선까지, 전국 득표율과 가장 유사한 득표율을 보인 지역이었습니다. 통계적으로 전국 득표율과 각 지역 득표율의 오차 제곱합을 비교한 결과, 인천이 13~20대 대선 중 5번이나 전국과 가장 비슷한 표심을 보였습니다. 마치 한국의 ‘벨웨더’와 같은 역할을 해온 셈이죠. 미국에는 ‘오하이오주’가 있습니다. 오하이오주는 1964년부터 2016년까지 14번의 대선 연속으로, 오하이오에서 이긴 후보가 모두 대통령에 당선되었습니다. 오하이오에서의 승리 마진(득표율 격차) 역시 최근 12번의 대선에서 전국 득표율 격차와 평균 1%p 이내로 매우 유사하게 나타났습니다.
물론, 선거는 단순한 숫자의 게임만은 아닙니다. 득표율 1위가 대통령이 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은 도널드 트럼프보다 290만 표를 더 얻었지만, 트럼프가 선거인단에서 승리하여 대통령에 당선되었죠. 이러한 사례는 우리에게 “한 표의 가치”와 “민주주의의 역설”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이번 대선에서 투표율이 80%를 넘을 수 있을지도 관심사입니다. 대통령 직선제가 실시된 이후, 15대 대선(80.7%)이 가장 높았습니다. 당선자 득표율 역시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역대 대선에서 당선자가 과반 득표율을 기록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51.55%)이 유일합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지지율은 40% 중후반, 30% 중반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선거는 단순한 숫자의 나열이 아닌, 수많은 이야기와 사람들의 열망이 담긴 드라마입니다. 때로는 예측 불가능한 반전이, 때로는 예상치 못한 결과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투표소로 향하는 발걸음 하나하나가, 우리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소중한 한 표가 될 것입니다.
─ 과거 선거 데이터를 통해 이번 대선의 결과를 조심스럽게 예측해 볼 수 있다.
─ 투표율과 핵심 지역의 판세, 온라인 여론의 흐름 등이 선거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 결국, 한 표 한 표가 모여 민주주의를 만들어가고, 우리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