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를 수놓은 헬퍼봇과 반딧불이: <어쩌면 해피엔딩> 박천휴 작가, 꿈을 잇다

찬란한 조명이 쏟아지는 브로드웨이 무대, 그곳에 한국에서 온 한 편의 뮤지컬이 서 있었습니다. <어쩌면 해피엔딩>, 한국인 창작자 박천휴 작가의 섬세한 손길과 윌 애런슨의 매혹적인 음악이 빚어낸 이 작품은, 이제는 토니상 6관왕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으로 그 가치를 증명했습니다. 마치 오랫동안 꿈꿔왔던 무대에 드디어 발을 디딘 박천휴 작가는, 그 벅찬 감격을 뒤로하고 더 큰 도약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토니상 트로피의 무게만큼 더 열심히 하는 창작자가 되어야겠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말에는 지난 시간의 땀과 노고,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한 깊은 고뇌가 담겨 있었습니다.

2016년, 대학로 소극장에서 초연된 <어쩌면 해피엔딩>은 따뜻한 감성과 섬세한 스토리텔링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헬퍼봇(Helperbot)과 올리버, 클레어, 제임스, 이 세 로봇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는 한국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과 감동을 선사했죠. 이 작품은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인간의 외로움과 사랑의 본질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질문은 국경을 넘어 브로드웨이 무대에서도 유효했습니다. 브로드웨이 버전에서는 등장인물이 한 명 더 늘어났고, 무대 연출과 음악에도 변화가 있었지만, 작품의 근본적인 매력은 변치 않았습니다.

브로드웨이 진출은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었습니다. 박천휴 작가는 뉴욕 유학 시절, 이방인으로서 겪었던 어려움을 토로하며, “아무리 노력해도 저들의 일부가 될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끊임없는 노력과 열정, 그리고 윌 애런슨이라는 든든한 파트너와의 협업을 통해, 그는 마침내 브로드웨이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는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 걸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끊임없이 던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결국 그 답은 작품에 대한 깊은 애정과 창작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었죠. 그는 “저에게는 공연을 준비하는 모든 과정이 교육의 과정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수많은 스태프들과의 소통, 그리고 끊임없는 수정과 보완을 통해, 그는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갔습니다.

브로드웨이 관객들은 <어쩌면 해피엔딩>의 어떤 점에 매료되었을까요? 박천휴 작가는 “정말 모르겠다”면서도, “처음에는 이 작품이 브로드웨이에서 성공하지 못할 이유라고 꼽혔던 부분을 사랑해 주셨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것, 한국의 로봇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 그리고 유명한 원작이 없는 오리지널 스토리라는 점 등, 어쩌면 브로드웨이에서는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요소들이 오히려 매력으로 작용한 것입니다.
특히, 한국 팬덤이 ‘헬퍼봇’으로, 미국 팬덤이 ‘반딧불이’로 부르는 이 작품의 끈끈한 유대감은, 브로드웨이 성공의 중요한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박천휴 작가는 “한국 팬덤은 ‘헬퍼봇’, 미국 팬덤은 ’반딧불이‘라고 부른다. 브로드웨이 공연 개막 초기부터 응원해 주신 관객분들의 응원이 저희에게 큰 힘이 됐다”고 말하며 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그는 또한, “한국 관객분들이 한국 공연에 충분히 공감해 주시고, 사랑해 주신 덕분이다. 그때의 경험이 쌓여있기 때문에 작품의 설정을 바꾸지 않을 수 있었다. 제가 고집을 부릴 수 있었던 원동력은 한국의 관객분들”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어쩌면 해피엔딩>의 성공이 단순한 개인의 영광을 넘어, ‘K-뮤지컬’이라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박천휴 작가는 K-뮤지컬이라는 용어에 대해 “솔직히 말씀드리면 K-뮤지컬이라는 용어는 전 세계적으로 쓰이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개인적인 해석으로는, 극장에서 관객분들이 ‘한국에서 온 뮤지컬이야, 한국 작품을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이야’라는 말을 할 때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배우들이 대기실에서 한국어 공부를 시작하고, 그들의 문화가 공유되는 모습을 보면서, 그는 ‘나의 문화’가 ‘사람들과 공유하는 문화’가 되었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어쩌면 해피엔딩>은 K-뮤지컬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작품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드러내면서도, 그는 K-뮤지컬이라는 용어가 아직 정립되지 않았다는 점을 솔직하게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작품이 국경을 넘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한국 문화를 알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창작의 원동력에 대한 질문에 박천휴 작가는 “제일 어려운 질문이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는 “저와 윌은 정말 치열하게 작업한다. 한 글자를 두고 며칠씩 싸우기도 할 정도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그게 결국 진심이더라. ‘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좋아하겠지’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우리가 서로에게 창피하지 않은 무언가를 만들어 내면 그게 관객분들에게도 납득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말에서, 작품에 대한 진정성과 끊임없는 고민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는 “어렸을 때는 내가 방황한다고 생각했다. 이러다가 아무것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면 어떡하지 걱정됐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의 다양한 방황의 경험이 공연을 만드는 일에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과거의 경험이 그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고, 창작의 영감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그는 자신과 윌 애런슨의 치열한 작업 과정을 설명하며, ‘진심’이 창작의 핵심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사람들의 취향을 좇기보다는, 서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그의 모습은 많은 창작자들에게 귀감이 될 것입니다.

박천휴 작가는 앞으로 <일 테노레>와 <고스트 베이커리>를 미국 무대에 선보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또한, 그는 “오리지널 스토리를 쓰는 것에 욕심이 있어서, 앞으로도 마음을 헤집고, 들여다보면서 글을 쓰게 될 것”이라고 말하며, “저는 외로움에 천착하는 사람이다. 그 외로움에 공감할 수 있는, 위로를 줄 수 있는 작품을 쓰고 싶다. 슬픔의 정서에 함몰되지 않는 작품을 쓰고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그의 꿈은 “이 일을 더 즐기게 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는 “작업을 하다 보면 외롭거나 슬플 때가 많다. 작가로서 테크닉을 더 발전시켜 슬픈 얘기를 쓸 때도 슬퍼지지 않는 것이 제 꿈”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새로운 작품을 통해 끊임없이 관객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선사하고 싶어 했습니다. 슬픔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다는 그의 바람은, 앞으로 그가 만들어낼 작품들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입니다.

한편, <어쩌면 해피엔딩>은 오는 10월, 한국 초연 10주년을 기념하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다시 막을 올립니다. 10년 전, 이 작품의 시작을 함께했던 한경숙 프로듀서는, 브로드웨이 공연의 성공에 맞춰 한국 공연을 수정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공연은 브로드웨이 공연의 지침서 같은 공연이라고 생각한다. 대본과 음악 자체가 완벽한 공연이다. 두 창작진이 지문 하나하나 섬세하게 담아냈고, 무대에서 구현되어야 할 장면을 디테일하게 적어놨다. 한국 공연은 그러한 감성과 감정을 유지한 채 보완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10주년 기념 공연은, 브로드웨이의 감동을 기억하는 관객들에게는 반가움을, 처음 접하는 관객들에게는 신선한 감동을 선사할 것입니다.

박천휴 작가는 “대본이나 음악이 바뀌는 부분은 없다. 10년째 하고 있는 이 공연을 브로드웨이 공연이 호응을 얻었다고 굳이 바꾸고 싶지 않다. 우리의 감수성을 지키면서 다시 한번 한국 관객을 만날 수 있다는 게 설렌다“고 작품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습니다.
브로드웨이에서 성공을 거둔 <어쩌면 해피엔딩>이, 이제는 한국 관객들에게 10주년 기념 공연으로 다시 한번 감동을 선사할 예정입니다.

─ <어쩌면 해피엔딩>은 한국적 정서를 담아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성공을 거두며 K-뮤지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 박천휴 작가는 끊임없는 노력과 진심을 통해 창작의 원동력을 얻고, 앞으로도 관객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작품을 만들고자 한다.
─ 10주년 기념 한국 공연을 통해, <어쩌면 해피엔딩>은 다시 한번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고, K-뮤지컬의 미래를 밝힐 것이다.